2022. 10. 10. 22:30ㆍF. Nietzsche
“현존과 세계는 오직 미적 현상으로서만 영원히 정당화된다.”
《비극의 탄생》 5장~10장은 비극의 기원과 본질을 다룹니다. 니체의 통찰에 따르면 언어와 음악간의 비밀한 관계를 드러내는 서정시에서 비극이 싹텄으며, 언어·음악·춤이 함께 펼쳐지는 제의예술인 디티람보스에서 비극이 직접적으로 기원했습니다. 니체는 여기서 ‘조형·영상·언어’(아폴론적인 것)와 ‘음악’(디오니소스적인 것)간의 근본적인 관계와 비극 가무단의 “예술가적 원초현상”을 탐색함으로써 두 예술충동의 비의적인 합일을 설명합니다. 그리스 비극은 ‘오케스트라 위 가무단의 가무 서정시’와 ‘무대 위 배우들의 대화’로 구성되는 바, 니체는 전자를 “가무단의 디오니소스적 서정시”, 후자를 “무대의 아폴론적 꿈세계”로 해석합니다. 나아가 비극의 무대는 “디오니소스적 격동에 휩싸인” 비극 가무단의 환시로서, 여기서는 무대의 대표적 주인공인 오이디푸스와 프로메테우스도 “디오니소스의 가면들”에 불과합니다.
그가 여기서 비극의 본질이자 효력으로 언급하는 “형이상학적 위로”는 이 책에서 부제로 언급된 “비관주의”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비관주의는 염세가 아니라 힘과 건강에서 비롯된 의지, 즉 “현존 밑바탕에 있는 온갖 공포·악·수수께끼·파멸·숙명”마저 기꺼이 수용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뜻합니다. 이 비관주의는 “충만과 넘침에서 탄생한 최고의 긍정형태”이자 “현존의 온갖 의문스럽고 낯선 것들에 대한 유보 없는 긍정”으로서, “존재하는 것은 그 무엇도 뺄 것이 없으며, 없어도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언하는 힘입니다. 이 강함의 비관주의, 비극적 세계관은 어떤 고통도 강함을 단련하는 수단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 디오니소스적 긍정은 《비극의 탄생》 마지막 장에 이르러 “최악의 세계의 실존까지 정당화한다”는 문장에 집약됩니다.
니체는 기존의 학문적 증명과정을 불신하고 학술 서적의 인용방식이나 각주도 백안시하며, 전승된 문헌은 자신의 통찰을 위해 전유하여 활용합니다. 그는 이런 문헌 활용방식을 평생 고수하는데, 이는 학문에 대한 의구심의 발로이자 “학문을 예술의 광학으로” “예술을 삶의 광학으로” 보려는 시도의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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