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대한 경례

2022. 5. 6. 17:21Writing

 


1. 헬스 유튜브 채널 '짱재'를 보다가 문득 잊고 살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어릴적에도 체육관에 들어갈 때 입구에서 태극기를 향해 3초 가량 가슴에 손을 얹고 출입을 하는게 관례였다. 아무도 없어도 누군가 있어도. 국가에 대해 예를 표하는 것이었다. 월드컵 같은 국가 대항전에서의 선전은 개인의 행복으로 환원되었고 올림픽 선수의 금메달에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한 향수가 있었다. 가정과 나라에 대한 공동체적인 헌신이 사회 전반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던 시대였다.

2. 1990년대 출생자 대부분은 방과 후 체력과 예절 교육의 목적으로 도복을 입는 체육관에 다니는 세대였다. 거기선 친구와 다툰다거나, 집중을 하지 않는다거나 할 때 관장님에게 야단 맞기도 하고 부모님의 신고로(?) 한 소리 듣기도 했다. 그리고 승급이 될수록 타인의 모범이 되기를 강조했다. 이처럼 인의예지의 덕목을 기초로 하여 웃어른에 대한 존중과 예를 배우고 건강을 얻어갔다. 이 모든 것은 공동체에서 '잘 살아가기 위한 것'이었다. 아무런 혈연이 없는 관장님이 무섭거나 자애로웠던 것처럼 마치 생업에 바쁜 부모의 ‘역할’처럼 충실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적 전통에 관한 신뢰와 공동체적인 의식이 기저에 있기 때문이다.

3. 시대상에 맞지 않다며, 많은 이들이 개인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당시의 전통과 공동체적인 헌신이라는 가치를, 변화를 위한 장애물로 여겨, 폐기해야만할 구시대적 산물로 착각한다. 혹자는 전통과 질서의 힘을 무시한 채, 이에 반하는 무한한 주관이 그 자체로 인정받는 것이 마땅하다거나, 다양성 그 자체가 올바른 가치라고 주장한다. ─방임과 혼란의 시대라고 불러도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정/국가의 역할과 질서가 바로 섰을 때, 보전해야할 핵심 가치가 바로 섰을 때, 비로소 개인-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