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

2019. 6. 8. 01:16Philosophy

<비극의 탄생>은 (음악과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이다. 이 책이 어려운 이유는 문헌학적으로 실패한 책이기 때문이다. 신판이 출간되었을 때 니체의 “자기 비판의 시도”라는 이름으로 다음과 같은 서문을 새롭게 추가한다.

“둔중하고, 난감하며, 비유가 어지럽게 난무하며, 감정적이며, 자주 여성적이다 싶을만큼 달달하며, 템포가 일정하지 않으며, 논리적 깔끔함의 의지 없이, 과신하며, 하여 증명을 무시하고, 증명의 예절 또한 불신하면서 (...)”

현대 철학에 대한 텍스트는 흔히 논리적인 접근을 통해 증명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철학으로 분류된 책을 선택하고 읽는 입장의 독자로서는 논리적 설명에 익숙한 태도를 갖고 종이를 넘긴다. 반면, 시와 소설을 마주하는 우리의 마음은 분명 다르다. 논증이 없더라도 음미하고 넘어가며 텍스트의 세계관 혹은 우리의 감정과 사건이 명료하게 합일되는 이해로 얻어진다.

<비극>에서 논증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조잡하다.ㅡ이것은 그가 추구하는 예술적 충동인가?ㅡ선언의 형태로 이루어진 한 명제로부터 원활하고 친절한 설명을 기대하지만 그런 것을 놓치게 되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에 마땅한 설명은 상당히 뒷부분에 가서 비로소 희망/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찾게 되거나, 수사적인 문장 정도에 만족하게 된다. 이들이 혼재되어 있는 것을 보고 눈을 질끈 감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자만이, 비유하자면 1800년대 구약 시대 선지자의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