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비트겐슈타인

2021. 7. 16. 19:06L. Wittgenstein



"Die Welt ist alles, was der Fall ist."
"세계는 그러한 것이다."
『Tractatus Logico-Philsophicus, Wittgenstein』


2017년 3월 6일 "연극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처음으로 마주하고 머릿속에 자연히 떠올린 구절이다. 그것은 신선한 순간, 즉시 익숙하였다. 그 까닭은, 세계에 관한 그 사유가 나의 감각 경험에 선도하여 나를 뒤덮고 있었고 그 언어가 "연극이란 무엇인가?"의 응답-어쩌면 한계로-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연극을 정의한 구성원들은 모두 응답(Response)에 불과하다.

연극이란 '그러한 것'이다. 내용을 해체하자면 '성립된 것'이다. '그러한 것/성립된 것'은 우리가 공유한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일어나는 모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가 오로지 그러한 것으로 감각되지 않기에 문제가 제기된다. 언어가 장면의 형태와 관계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딱정벌레를 소재로한 사고 실험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딱정벌레가 들어있는 상자를 가지고 자신의 상자만 볼 수 있다고 가정하자. 상자 속 딱정벌레를 표현함에 있어서 대상을 연출을 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상대의 상자를 보지 않아도 딱정벌레에 관하여 논리적 세계를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등껍질의 색깔, 더듬이는 어떤 모양이며 날개는 있으며 어떤 향기가 난다고 대화가 가능하다. 이것은 연출자가 연극을 연출하는데 있어서 갖춰야할 핵심적인 '의식 요소'이다. 즉, 일종의 성립된 언어로 감정과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자를 면밀히 살펴본다면 공유가 쉬워질 수 있으며 그렇게 공유된 대상은 흔히 표현하기로,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touched)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비록 언어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모호한 심상이 연극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확정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단일한 Scene을 결정할 때, 이 대상들의 배열과 형식이 사태를 형성하고 관객(타인)의 사고 가능성을 확정한다. 그리고 그림을 상정하려고 할 때 논리적 공간과 시간이 정초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연극을 목도할 수 있다. 이것은 수학 개념인 함수(Function)를 마주한다. 함수에 대입되는 변항(Scene의 대상)의 종류에 따라서 연극의 결과가 달라지며 그 변항 요소들이 연극 자체를 대표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함수는 각 Scene 사이의 관계라고 말할 수 있고 사태들은 관계를 맺으며 우리는 관계의 조밀한 총체가 관객의 심상을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