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Wittgenstein(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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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비트겐슈타인의 불태우지 못한 일기 (4/4)
“내 작업은 논리의 기초에서 시작하여 세계의 본질까지 확장되었다.” 1차세계대전 참전은 비트겐슈타인의 일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수학기초론과 논리학에 국한되어 있던 그의 사유는 전쟁을 거치면서 형이상학, 윤리학, 미학 등을 아우르는 위대한 철학의 반열에 올라섰고, 그는 불멸의 철학서 《논리철학논고》의 저자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가 참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성장 과정에서 두 형의 자살을 목격했고, 철학자 오토 바이닝거의 사상과 자살에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철학적 영역을 확립해가던 중 겪은 아버지의 죽음은 그에게 또 한 번 죽음의 문제를 상기시킵니다. 자살이 해답이 아니라고 느꼈던 그에게 삶을 완성하는 방법으로 전장에서의 죽음이라는 가능성이 떠올랐을 거라 추측할 수 ..
2020.10.22 -
청년 비트겐슈타인의 불태우지 못한 일기(3/4)
비트겐슈타인의 글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논리철학논고》의 모든 문장은 사실상 독립된 표현이며, 이 저술은 일체의 논증이나 설득도 없이, 전적으로 선언으로만 이루어진 신비로운 책입니다. 전통적 의미의 책이라는 매체는 철저하게 부정되며, 기존 철학서의 형식에 익숙한 독자의 접근을 거부합니다. 《전쟁일기》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욱 심화됩니다. 그렇다면 이 철학자의 매력적이고 오만한 사유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요? 한 가지 방식은 비트겐슈타인이 어떤 사유의 전통에서, 어떤 개념과 문제들을 가지고 철학했는지를 살펴보는 ‘이론적' 접근법입니다. 다른 방식으로는 200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해석 풍조인 ‘뉴 비트겐슈타인'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비트겐슈타인의 삶과 철학 사이의 본질..
2020.10.22 -
청년 비트겐슈타인의 불태우지 못한 일기(2/4)
“내 일기장과 노트들은 제발 부탁이니 불쏘시개로만 쓰십시오. 매일 2-3장씩 난로에 불을 붙이는 데 사용하면 금방 다 쓸 수 있을 겁니다. 활활 잘 타길 바랍니다. 그러니까, 없애버리세요!” (비트겐슈타인이 러셀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전쟁일기》는 비트겐슈타인이 1차세계대전 참전 중에 기록한 노트 세 권을 묶은 것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자필 원고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며, 그의 초기 사유에서 논리철학적인 사상이 어떤 과정으로 형성되었는지 경험하게 해주는 가치 있는 사료인 동시에, 젊은 비트겐슈타인의 내밀하고 진솔한 자기관찰이 담긴 일기장이기도 합니다. 포로수용소에서 그를 만난 건축가 파울 엥겔만은, 비트겐슈타인이 전쟁 중에 쓴 노트를 바탕으로 《논리철학논고》를 집필한 뒤 이 노트를 모두 파괴했다고 회..
2020.10.22 -
청년 비트겐슈타인의 불태우지 못한 일기(1/4)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914년, 비트겐슈타인은 1차세계대전에 자원 참전했습니다. 1918년 독일-오스트리아군의 패전과 함께 이탈리아군의 포로가 된 비트겐슈타인은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1919년에야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몇 년에 불과한 이 참전 기간 동안, 현대 철학의 가장 중대한 저작 중 하나인 《논리철학논고》가 집필되었습니다. 《논리철학논고》는 논리를 통해 세계 전체를 파악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그런 시도가 갖는 한계에 대한 인식이기도 합니다. 그가 몸소 겪은 전쟁의 참상과, 전쟁 일상의 윤리적 문제들은 그 막대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결코 논리적 파악이 불가능한 대상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 이 책 《전쟁일기》에는 《논리철학논고》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비트겐슈타인의 사유 과정이 담겨 있습니..
2020.10.22 -
비트겐슈타인 해체 - 6. 철학적 탐구(P.I)
『탐구』는 스컴(G. E. M. Anscombe, 1919 - 2001)에 의해 번역되었으며 1953년 러쉬 리스(Rush Rhees, 1905 – 1989)와 함께 공동으로 출판하였다.『탐구』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693개로 매겨진 단락으로 이루어진 Part I은 1946년에 인쇄 준비가 되었지만 비트겐슈타인에 의해 철회되었다. Part II는 그의 유산 수탁자들인 편집자에 의해 추가되었다. 2009년에 새로운 번역서가 피터 해커(P. M. S. Hacker)와 요아킴 슐테(Joachim Schulte)에 의해 출판되었다; 초기 번역본 Part II는 “심리학의 철학 – 단편“ (PPF)라고 명명되기도 하였다. 『탐구』의 서문에서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새로운 생각들은 『논고』에 있는 그의 오래된 생각..
2019.08.22 -
비트겐슈타인 해체 - 5. 논고 비판, 그리고 전환
철학은 교리가 아니다. 따라서 철학은 교조적으로 접근되어선 안된다. 이는 논고의 가장 중요한 통찰 중 하나다. 그러나 1931년 초,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전기 작업을 교조적이라고 (“On Dogmatism" in VC, p. 182) 언급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 용어“On Dogmatism"를 어떤 개념을 표기하기 위해 사용했다. 그리고 이 용어는 후기 작업의 물음과 답에 대해 간극을 허용하고, 차이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논고』의 복잡한 구성물은 그 가정("On Dogmatism") 위에 세워지게 된다. 그리고 논리적 분석의 작업적 역할은 요소명제를 발견하는 것이었으며, 그것의 형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전기에서 후기로의 전환을 나태나는 것은 교조주의(또는 그 외의 것들)에 대한 거부이자 거부에 ..
2019.06.06